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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의 그늘: '교섭의 사법화'와 역대급 하투(下鬪) 정국 분석

    노란봉투법 개정 이후의 냉혹한 현주소: 대화 멈춘 일터, 법정으로 향하는 노사 관계

    [기사 핵심 내용 요약]
    노란봉투법 시행 후 약 100일 동안 하청 노동조합 1,151곳이 원청 434곳을 상대로 폭발적인 교섭 요구를 쏟아냈으나, 이를 공고해 수용한 원청은 20.7%(9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수의 원청 기업들은 교섭을 기피하며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구하는 방식을 택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접수 사건의 86.3%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경영계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청구에 이어 장기적인 행정소송전까지 예고하면서 이른바 ‘교섭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성과급 갈등 및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 기조와 맞물려 산업계 전반에 역대급 ‘하투(下鬪)’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1. 법적 울타리를 넘어선 교섭 요구의 폭발과 원청 기업들의 거부 장벽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전격 시행된 지 100일 안팎의 시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 산업 현장은 상생과 대화라는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의 극심한 혼란을 마주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급 데이터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이달 12일까지 하청 노조 무려 1,151개 조직이 원청 기업 434곳을 향해 전방위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섭 요구에 연대하고 있는 하청 조합원의 수만 해도 16만 3,554명에 달하여 그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계의 폭발적인 외침에 대해 원청 자본이 쳐놓은 방어벽은 견고하기만 하다. 개정 노조법의 명시적 규정에 의하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전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요구 사실을 사업장 내에 공식 공고하여 다른 노조와 창구를 단일화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의무를 이행하여 교섭 요구를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단 90곳으로, 전체의 20.7%라는 참담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다수의 원청 대기업들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 행정적 조치를 미루거나 고의로 해태하며, 사법적·행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하청 노동자를 자신의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거부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2. '진짜 사장'의 범위를 확장하는 노동위원회와 다변화되는 하청 노조의 영역

    원청 기업들이 이처럼 공고 절차조차 거부하며 버티자, 분쟁의 중심축은 자연스럽게 준사법적 행정기구인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로 이동하였다. 지노위에 접수된 '원청교섭 요구 사건' 총 80건에 대한 심사 결과를 살펴보면, 노동 거버넌스의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된다. 각 지역 지노위는 처리 완료된 69건의 사건 중에서 무려 86.3%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직접적인 고용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법적인 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는 판결 기조가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노동위원회가 규정하는 하청 노조의 외연이 직접적인 제조·생산 공정을 넘어 간접 지원 분야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전국금속노조의 신청을 받아들여 현대자동차에 내린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명령'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시정 신청 대상에는 현대차 공장 내부에서 차량을 직접 조립·제작하는 하청 비정규직 지회뿐만 아니라, 사내 구내식당의 급식을 담당하는 현대그린푸드 지회, 그리고 공장 자산을 지키는 현대차보안지회까지 포함되었다. 이는 과거 제조업 사내하청에 국한되던 '진짜 사장' 분쟁이 이제는 서비스, 경비, 복리후생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모든 간접 고용 생태계로 전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3. 중노위로 번진 재심 청구 릴레이와 상급 기관의 요지부동 기조

    지방노동위원회의 1심격인 초심 판정이 하청 노조의 완승으로 끝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평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초심 결과에 불복한 원청 기업들이 일제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문을 두드리며 이른바 ‘재심 청구의 대홍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를 망라한 초대형 사업장들의 재심 심문이 줄줄이 예고되어 있다.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동희오토를 비롯하여 고려아연, 극동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그리고 현대제철과 CJ대한통운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자본의 핵심 주체들이 중노위 심판대 위에서 노동계와 2라운드 혈전을 벌이게 되었다.

    경영계가 실말 같은 희망을 걸었던 중노위의 상급 판단 기조 역시 기업들의 예상보다 훨씬 단호하고 완고하다. 중노위는 최근 지노위 초심에서 드물게 하청 노조의 신청이 기각되었던 '중흥토건·중흥건설' 사건마저 재심에서 뒤집으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였다. 더욱이 한화오션이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이의신청 재심마저 기각하며, 조선소 내에서 급식과 세탁 등 후방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웰리브지회 노동자들과도 원청이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초심의 유보적 판단마저 적극적으로 뒤집는 중노위의 견고한 기조 앞에 경영계는 극심한 당혹감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 소송전으로 치닫는 '교섭의 사법화'와 수년이 소요되는 장기 분쟁의 늪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행정처분마저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는 흐름이 고착화되자, 경영계는 행정부 단계에서의 조율을 포기하고 사법부로 사건을 끌고 가는 ‘교섭의 사법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공식 성명을 통해 직접적인 생산 벨트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 및 협력 관계에 있는 노조까지 원청의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묶어버릴 경우, 산업 생태계 고유의 도급 계약 체계가 붕괴하고 현장의 마비와 혼란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노위의 재심 결정문을 송달받은 기업들은 15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활용해 대대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노사 간의 자율적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노동 문제를 법원의 판결문에 의존하려는 시도가 가져올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하나의 노동 사건이 서울행정법원의 1심을 거쳐 고등법원의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의 최종 상고심 판결을 받아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의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론이 나지 않는 지루한 법리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원청은 교섭을 거부할 것이고, 하청 노조는 합법적 대화 창구를 상실한 채 일터에 머물게 된다. 이 같은 사법적 장기전은 노사 간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현장의 갈등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축적시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5. 성과급 분쟁과 7월 총파업의 결합이 불러올 역대급 '하투(下鬪)'의 폭풍

    법정 내부에서 서류가 오가는 대치 전선 이면에는, 당장 올여름 산업계를 강타할 물리적 파업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현재 노사 관계는 단순히 노란봉투법 이슈에만 머물지 않고, 재계 전반을 휩쓸고 있는 '영업이익 대비 일정 비율 성과급 보장'이라는 실리적 분쟁과 결합하면서 폭발력이 배가되었다. IT 업계의 선두 주자인 카카오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최초로 부분 파업에 돌입한 후 이달 말 추가 파업을 공언한 상태이며, 국내 제조업의 척도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역시 올해 임금협상의 결렬을 전격 선언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등 합법적 쟁의권 확보와 파업 절차를 전격 밟아나가고 있다.

    결정적으로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이 다음 달 15일을 기점으로 ‘7월 총파업 투쟁’을 공식 선언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올해 투쟁의 핵심 동력을 각 개별 사업장의 임금 단체협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노란봉투법 취지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원청교섭 돌파'라는 거시적 상층 투쟁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묵살하는 원청 대기업의 태도를 파업의 정당한 명분으로 삼아 강력한 집중 타격을 전개하겠다는 심산이다. 제도적 정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맞이한 개정 노조법이 노사 간의 타협점을 넓히기는커녕, 산업 현장 전반을 거대한 전장으로 뒤바꾸며 공멸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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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원하청 간의 대화가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했던 입법가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화가 아니라 상호 거부와 소송전, 그리고 파업의 악순환뿐입니다. 원청 기업들이 지노위와 중노위의 판정을 무시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가겠다며 버티는 행태는 일견 무책임해 보이지만, 급식이나 보안 등 간접 협력업체까지 모두 직교섭 상대방으로 수용했을 때 벌어질 경영상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자본의 방어 기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명확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모호한 조항으로 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의 미숙함이 현장의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끝없는 사법 분쟁의 늪으로 밀어 넣은 꼴입니다. 법적 공방으로 흐르는 수년의 시간 동안 현장의 갈등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며, 올여름 예고된 총파업은 우리 경제에 지울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법원의 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원청의 책임 범위와 교섭 창구 단일화 방식에 대한 정교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